새벽 배송 상자에 찍힌 모르는 집 주소
A2 · Daily Life
새벽 다섯 시 반, 하나는 문 앞에서 이상한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는 크고 차가웠다. 옆에는 ‘신선 식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하나는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았다.
“누가 잘못 놓았지?”
하나는 주소를 확인했다. 받는 사람은 김정자였고, 주소는 해님길 18번지였다. 하나의 집 주소는 해님길 81번지였다. 숫자의 순서가 바뀐 것 같았다.
하나는 배송 기사에게 전화했지만, 기사는 받지 않았다. 상자에는 ‘오전 7시 전에 냉장고에 넣어 주세요’라고도 쓰여 있었다.
하나는 시계를 보았다. 지금은 5시 40분이었다. 한 시간 뒤에는 중요한 회사 회의가 있었다. 오늘 회의에서 처음으로 발표해야 했다.
“그냥 여기 두고 가도 될까?”
밖은 따뜻했다. 상자 아래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음식이 상할 수도 있었다. 하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상자를 들었다.
해님길 18번지는 걸어서 10분쯤 걸렸다. 상자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나는 몇 번이나 손을 바꾸어 들었다.
집 안은 어두웠다. 하나가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나이 많은 여자가 문을 조금 열었다.
“누구세요?”
“혹시 김정자 씨세요? 이 상자가 저희 집에 잘못 왔어요.”
여자는 상자를 보고 놀랐다.
“아이고, 그게 여기 있었네. 오늘 아침에 꼭 필요한 건데.”
상자 안에는 우유, 달걀, 죽, 그리고 작은 약 봉지가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뒤에 먹으려고 주문했어요. 상자가 오지 않아서 걱정했어요.”
하나는 상자를 부엌까지 옮겨 주었다. 여자는 계속 고맙다고 말했다.
“미안해요. 이제 출근해야 하지요?”
“괜찮아요. 숫자의 순서가 바뀌었어요. 다음에는 확인해 보세요.”
여자는 웃다가 조용히 말했다.
“요즘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여요. 혼자 주문하기도 쉽지 않네요.”
처음에 하나는 이 일을 귀찮은 실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상자에는 그 여자에게 필요한 아침 식사와 약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여자의 휴대전화로 배송 주소를 고쳐 주었다.
“이제 다음 상자는 이곳으로 올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잠깐만 기다려요.”
여자는 상자에서 작은 딸기우유 하나를 꺼냈다.
“발표 전에 마셔요. 힘이 날 거예요.”
하나는 웃으며 딸기우유를 받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회의까지 30분이 남아 있었다. 하나는 빠르게 컴퓨터를 켰다. 아직 숨이 조금 찼지만, 긴장은 줄었다.
책상 위의 딸기우유를 보며 하나는 생각했다.
오늘 아침, 잘못 온 상자는 그 여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