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もう存在しない住所へ送った謝罪

서준이 그 편지를 쓰기까지는 꼬박 삼 년이 걸렸다.

무엇이 미안한지는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들을 종이에 적으려 하면 손이 멈췄다.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았고, 위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서준은 노트를 덮어버렸다. '다음에 쓰자, 다음에.'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시간은 어느덧 삼 년이라는 긴 세월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이사 짐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스물다섯 살의 서준과 나연이 찍힌 사진이었다. 나연은 눈을 찡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고, 서준은 뭔가를 말하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었다. 그 직후에 돌이킬 수 없는 싸움이 있었으니까.

그날 밤 서준이 내뱉은 말은 지금 떠올려도 입안에 쓴맛이 감돌았다. 술에 취해 있었다고는 해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나연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고, 그것도 아주 의도적으로. 나연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나연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 그 비밀스러운 상처를 서준은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무기처럼 휘둘렀다.

"그러니까 네가 항상 이렇게 되는 거잖아. 결국은 네 엄마처럼." 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어떤 비명보다 더 오래 서준의 귓속에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 나연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없었다. 사과를 받아줄지 아닐지 알 수 없었고, 거절당하는 것이 침묵보다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을 다시 보는 순간, 서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썼다. 길게 쓰지 않았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고 있다고,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마음에 빚으로 남을 것 같다고만 적었다. 마지막 줄에는 "네가 어디서든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것만은 진심이었다.

봉투에는 나연이 예전에 살던 은평구 빌라의 주소를 적었다. 그게 서준이 알고 있는 유일한 주소였다. 이사를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보내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스스로를 달랬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이 주일 후, 편지가 돌아왔다. 봉투에는 빨간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수취인 없음.' 서준은 한동안 그 네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손에 쥐고 나니 나연의 부재를 공식적으로 확인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봉투를 책상 서랍 깊숙이 밀어 넣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나서, 서준은 결국 인터넷에 나연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에 결과가 많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예상 밖으로 한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도예 공방의 인스타그램이었다. 계정명은 @nayeon_studio. 프로필 사진 속 여자는 흙 묻은 손으로 찻잔을 들고 있었다. 서준은 그 눈을 단번에 알아봤다.

피드에는 도자기 사진들이 가득했다. 투박하지만 어딘지 따뜻한 느낌의 그릇들, 작은 화병들, 손때가 묻은 찻잔들. 그리고 가끔씩 나연의 손이 등장했다. 무언가를 빚고 있는 그 손은 예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 보였다. 게시물에는 댓글도 달려 있었다. "선생님, 이번 작품 정말 좋아요." "다음 클래스 언제 열려요?" 나연은 도자기를 가르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서준은 DM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두었다. 뭔가를 써보려 했다. 하지만 어떤 말도 그 자리에 놓일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이미 한 번 보낸 사과가 빨간 도장과 함께 서랍 속에 들어 있었다. 그것을 다시 꺼내는 건 어쩌면 나연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대신 계정을 조용히 팔로우했다. 팔로워가 삼백 명이 넘는 계정이었으니, 나연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이 서준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서준은 생각했다. 나연이 그 빌라를 떠난 건 어쩌면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공방, 흙 묻은 손, 학생들의 댓글. 그게 지금의 나연이었다. 서준의 사과 없이도, 아니 어쩌면 그 사과가 닿지 않았기 때문에 나연은 자기 삶을 온전히 찾은 것 같았다. 그것이 안도감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서준은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