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진짜 큰일 났어
왜 왜
과외 끝나고 지하철 탔는데... 아 어떡하지
뭔데 그냥 말해봐
수아 일기장을 읽어버렸어
뭐??
실수야!!!!
어떻게 실수로 일기장을 읽어
가방 챙기다가 책상에서 떨어진 거야
근데 내 이름이 있는 페이지가 딱 펴졌어
ㅋㅋㅋㅋ 진짜로??
웃기지 마 진짜 심각하다고
알겠어 알겠어. 수아가 화장실 간 사이에?
응... 40초도 안 됐는데, 눈에 확 들어왔어
닫으려고 했는데 내 이름이 보이는데 어떡해
뭐라고 적혀 있었어
지아는 지하철 창문 쪽에 기대서 폰을 꽉 쥐었다.
수아가... 수학 공부 하기 싫다고
뭐 그건 애들 다 싫어하지
아니 오빠 그게 다가 아니야
미술 대학에 가고 싶다고 적혀 있었어
오...
엄마한테도 말 못 한다고
수아 어머니 많이 엄격하신 분 아니야?
맞아
근데 더 있어
뭔데
"선생님한테도 말 못 해. 실망할까봐."
아이고
나잖아 선생님이
알아 그 선생님이 너잖아 ㅋㅋ
웃기지 마!!! 나 지금 진짜 마음이 안 좋아
미안 미안. 근데 진짜로 뭐가 제일 걱정이야?
내가 그동안 수아한테 계속 "더 열심히 해야 해" 했거든
어머니한테도 "수아가 잘 따라오고 있어요" 라고 말했어
근데 사실 수아는 전혀 하기 싫었던 거잖아
...그렇네
나 나쁜 사람인 거 아니야?
넌 몰랐잖아
근데 알았어야 했는데
지아야. 과외 선생님이 학생 마음을 다 어떻게 알아
그래도 3개월이나 됐는데 수아가 한 번도 힘들다는 말 안 했어
나는 그냥 잘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어
지하철이 역에 섰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지아는 내리지 않았다.
일기에 또 뭐라고 써 있었어?
...오빠 나 더 읽지 않으려고 했어
근데?
이런 말도 있었어
"오늘 선생님이 내 스케치북을 봤어. 그냥 치웠어. 아무 말도 없었어."
헐
기억나 그날. 책상 위에 스케치북이 있어서 내가 교과서 꺼내려고 옆으로 옮겼거든
그게 그렇게 상처가 됐을 줄은 몰랐어ㅠ
야
수아 많이 힘들었겠다
ㅠㅠ 알아
근데 나는 어떡해야 해
무슨 말이야?
알고 모른 척해? 아니면 수아한테 말해?
일기 읽은 거 말하면 수아가 더 상처받지 않을까
그니까...
근데 아무것도 안 하면 또 이상하잖아
다음 과외 때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되지 않아?
어떻게?
"요즘 공부 어때? 힘든 거 없어?" 이런 거
그게 되겠어?
왜 안 돼. 너 과외 선생님이잖아. 학생 상태 확인하는 거 당연한 거야
...맞긴 해
📷
오빠 나 수아한테 잘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잘 해줬지 뭘
아닌 것 같아
수아를 그냥 "공부 시켜야 하는 학생"으로만 봤나봐
...
야 그렇게까지 자책하지 마
근데 사실이잖아
지아야 진짜로 들어봐
수아가 말 안 한 거야. 네 잘못이 아니야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어떻게 하냐는 거야
...응
알아
다음 과외 언제야?
목요일
그날 스케치북 얘기 한번 꺼내봐
갑자기?
자연스럽게. "지난번에 봤는데 그림 잘 그리더라" 이런 식으로
오빠 그게 말이 되냐고ㅠ
ㅋㅋ 됩니다
아 진짜...
지아의 역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빠 나 솔직히 말하면
일기 읽고 나서 수아가 조금... 다르게 보여
다르게?
항상 조용하고 시키는 대로만 했거든
근데 사실 혼자 엄청 많이 참고 있었던 거잖아
응
나도 그런 적 있어서
알아
나 미대 가고 싶었는데 말 못 했던 거 기억해?
...응. 기억해
그래서 더 마음에 걸려
지아야
그래서 네가 좋은 선생님인 거야
이제 알았으니까 뭔가 달라지겠지
응... 달라지려고
고마워 오빠
조심해서 가고
목요일에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
응 알려줄게
근데
왜
일기 읽은 건 진짜 비밀이다
ㅋㅋㅋㅋ 알겠어
진짜야
알겠다고 ㅋㅋ
오빠
어떻게 됐어
스케치북 얘기 꺼냈어
진짜? 어떻게 됐어
수아 처음에 많이 놀란 것 같았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어
근데 조금 있다가 웃었어
웃었어?
응. 진짜로 웃었어. 처음으로
그리고 이거 보내줬어
📷
수아가 자기가 그린 그림 사진 보내줬어
진짜 잘 그려 오빠
ㅋㅋㅋㅋ 봐봐
됐잖아
응
아직 어머니한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근데 나한테는 말해줄 것 같아
충분해
...응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