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아, 엄마야.
비상이야.
엄마?? 지금 몇 시인데요
할머니 레시피 노트가 없어.
네? 그 손글씨 노트요?
서랍 잠그고 나갔는데 오늘 아침에 열었더니 비어 있어.
거기 열쇠 가진 사람이 누구예요
나하고 지영이.
지영 씨한테 바로 전화해봐요
세 번 했어. 안 받아.
문자도 보냈는데 읽음 표시 없어.
...
오늘 전주 향토식품 박람회 부스 설치가 오전이야. 후발효 조절 비율은 그 노트에만 적혀 있어. 내 머릿속엔 없단다.
맞다 오늘이잖아요 😰
일단 양조장 다시 찾아봐요. 선반이나 다른 서랍에 뒀을 수도 있잖아요.
이순남은 발효조 옆 선반, 사무실 책상 위, 탈의실 선반까지 모두 뒤졌다. 노트는 없었다.
없어.
📷
진짜 아무것도 없네요.
엄마, 솔직하게 물어봐도 돼요? 지영 씨 요즘 좀 이상한 점 없었니?
그런 말 하지 마라.
아 그냥 가능성 얘기예요. 열쇠 가진 사람이 두 명뿐이잖아요.
...
사실 화요일에 식품회사 사람이 여기 왔었어.
네?? 무슨 식품회사요
한강F&B라고. 우리 레시피 매입하겠다고 했어.
엄마 왜 이제 말해요!!!
거절했으니까. 우리 막걸리는 파는 게 아니라고 했어.
그 사람 사무실 안까지 들어왔어요?
커피 한 잔 대접했어.
그럼 서랍 위치는 봤겠네요.
자물쇠는 걸려 있었어.
근데 지영 씨한테 따로 연락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 이후에.
그만해.
나도 생각하기 싫은 거야.
...죄송해요.
지영 씨 아직도 안 읽어요?
응.
카카오 접속은 해요?
아까 잠깐 됐다가 꺼졌어.
보고 무시하는 거 아닐까요.
모르지.
민준아, 오늘 SNS 박람회 예고 올려줘. 우리 참가는 안 취소하니까.
알겠어요. 사진은 어제 찍은 거 쓸게요.
근데 엄마, 노트 없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요?
쌀 비율이랑 누룩은 기억해. 후발효 조절만 문제야.
35년 동안 봐온 거니까 감으로 최대한 맞출게.
엄마 진짜 대단하다.
대단한 게 아니야. 어쩔 수 없는 거지.
대표님.
죄송합니다.
노트 제가 가져갔어요.
지영아.
지영 씨 왜요??
통화 가능하세요? 전화로 설명드릴게요.
응. 걸어.
Phone call with 최지영
민준아.
뭐래요? 왜 가져간 거예요?
지영이가 지키려고 가져간 거야. 그 식품회사 사람이 서랍 쪽을 계속 봤다고 해서.
아...
다행이다. 진짜로요.
근데 말은 해야지. 엄마 얼마나 놀랐어요.
그러게.
나도 잠깐 의심했어.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엄마...
그 상황에서 의심 안 하는 게 이상한 거예요.
알아. 그래도.
최지영이 뛰어왔다. 노트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이순남은 문가에 서서 말없이 받았다. 겉표지에는 할머니의 글씨, 그 아래는 어머니의 글씨,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순남 자신의 글씨가 있었다. 삼 대가 채운 책. 이순남은 한참 표지를 내려다봤다.
고마워.
말씀을 먼저 드렸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해요.
다음엔 나한테 먼저 말해. 알겠지?
네.
자, 준비하자.
노트, 대표님께 드렸어요.
진짜 다행이다 😮💨
지영 씨도 걱정해서 한 거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요.
감사해요 민준 씨. 제가 혼자 처리하려다 더 문제가 됐네요.
엄마! 박람회 파이팅이에요. 열심히 올릴게요.
됐고 막걸리 사진 잘 올려.
ㅋㅋㅋㅋ 항상 이러셔. 네, 알겠어요.
지영아.
네, 대표님.
오늘 박람회 끝나고 우리 막걸리 한 잔 하자.
네 😊
한강F&B는 내가 알아서 할게.
3대가 지킨 레시피야. 아무한테도 안 뺏겨.
믿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