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방금 병원에 전화했어
형? 운전 중 아니야?
세웠어. 지금 화장실에 있어
엄마 수술 동의서에 이상한 이름이 있다고
이상한 이름??
보호자 서명란에 이태성이라고 되어 있대
이씨야. 이태성.
...
야 왜 말이 없어
그게 누군지 나도 잘...
잘 뭐라니. 알아 몰라?
형 잠깐만요
민준은 화장실 칸 안에 서서 변기 뚜껑에 팔꿈치를 올린 채 답장을 기다렸다. 바깥에서 누군가 손 씻는 소리가 들렸다.
야
거기 있어?
응 있어 잠깐만ㅠ
형...
그 분 나 한 번 본 적 있어
뭐?
작년에 엄마랑 같이 있는 거 봤어. 청주역 근처에서
같이 있었다고.
응
그걸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엄마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ㅠㅠ
...
작년에?
응. 10월쯤
10월. 나한테 숨긴 지 1년이 넘었네.
형 오해하지 마. 그게
오해는 무슨.
엄마 수술 동의서에 모르는 남자 이름이 있는데 내가 무슨 오해를 해.
형 진짜 많이 화났어?
안 났으면 이상하지.
...
...맞아
어떻게 생긴 사람이야
아 그냥... 키 크고 나이 있어 보이고. 잘 기억 못 하겠어
엄마 나이랑 비슷해?
아마도? 60대 초반 정도?
엄마 뭐라고 했어. 소개할 때.
그냥 아는 분이라고만 했어
내가 더 물어보려 했는데 엄마가 바로 화제 바꿔버렸어
민준은 형광등 아래에서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수술 오늘이잖아.
응 오후 4시
그 사람이 보호자 사인을 했다는 게... 엄마가 부탁한 거겠지.
그렇겠지ㅠ
왜 우리한테 부탁 안 하고.
형은 운전 중이었고 나는 서울이고...
그게 이유야?
형
솔직히 말하면
엄마가 우리한테 말 못 한 게 형 때문인 것 같아
나 때문에?
형이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
엄마가 나한테 그랬어. 민준이가 상처받을 것 같아서.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내가 상처받을까봐.
나 36인데.
ㅋ... 알아
근데 형 아버지 기일에 아직도 혼자 술 마시잖아ㅠ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민준은 조용히 욕을 내뱉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이태성이라는 사람.
엄마한테 잘해?
내가 본 건 딱 한 번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근데 엄마가 그 사람 옆에서 되게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했어
오랫동안 알던 사람 같았어
오랫동안.
응
차에 올라탔어
40분 더 가야 해
형 괜찮아?
몰라. 아직 정리가 안 됨.
엄마 수술 끝나고 깨면 내가 전화할 거야.
응. 나도 퇴근하고 바로 올라갈게
청주로 와?
응. 오늘 밤
그래.
형
방금 병원에서 문자 왔어
수술 시작했대
알았어.
이태성 씨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대
...그래.
형
응.
화는 나중에 내도 되고
지금은 엄마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지?
...어. 그렇지.
나도ㅠ
형!!
수술 잘 끝났대!!!!!
방금 병원 전화 왔어
진짜?
응 경과 좋대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그치ㅠㅠ 나 사실 좀 떨고 있었어
나도.
형도?ㅋㅋ
나도 사람이야.
ㅋㅋㅋㅋ맞아 미안ㅠ
야.
응
그 사람이 거기 있었다는 거.
엄마 혼자 기다리게 안 했다는 거잖아.
...응
그건 다행이다. 솔직히.
형ㅠ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나머지는 엄마 깨면 직접 얘기할 거야.
알았어. 형 조심히 와.
어. 청주에서 봐.
야.
응?
엄마한테 이태성 씨 소개 제대로 시켜달라고 해.
...진짜?
어. 제대로.
형ㅠ 의외다
뭐가.
아니 그냥... 고마워 형
됐어. 운전해야 해서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