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에서 카메라 세팅 소리와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발표까지 5분. 준호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폰을 켠다.
동현아.
연습 중인 거 알아. 대답 안 해도 돼. 읽기만 해.
형 지금 관장님 앞이야
그래도 읽어.
나 지금 연맹 대기실이야. 5분 후에 나가서 발표해.
어제부터 말하려다 계속 못 했는데.
지금 안 하면 영영 못 할 것 같아.
나 열여섯에 유도 시작한 거 알지.
처음엔 아버지가 원해서였어.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싫었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더 원하고 있더라.
그게 무서웠어.
진짜 내가 원하는 건지, 아버지 눈빛을 피하려는 건지 — 그 경계를 모른 채로 15년을 했어.
너 열두 살에 처음 합숙 들어왔을 때.
도복 입으면서 울었잖아.
내가 "남자가 왜 울어" 했잖아.
형...
그 말 오래 후회했어.
그때 많이 무서웠을 텐데.
어머니 수술하던 날, 나 파리에 있었어.
금메달 따고 시상대에서 애국가 들으면서 눈물이 났어.
그때는 기쁨인 줄 알았어.
지금 돌아보면 아니야.
그냥 무서웠던 거야. 혼자인 게.
부탁 하나 해도 돼?
몸이 아직 멀쩡할 때.
왜 하는지, 딱 한 번만 제대로 물어봐. 너 자신한테.
나는 그 질문을 너무 늦게 했어.
어깨 세 번 수술한 거.
귀 이렇게 뭉개진 거.
눈썹 흉터.
후회하냐고 물으면 솔직히 모르겠어.
근데 그게 다 아버지 눈빛 하나 때문이었다면, 그건 좀 억울하다.
너는 나보다 훨씬 잘해, 동현아.
실력도 그렇고, 버티는 것도.
그러니까 제발 나처럼 이유도 모르고 끌려가지만 마.
오늘 트랙수트 입고 왔는데 벨트는 챙겨왔어.
14년째 습관이야.
a worn black judo belt coiled loosely on a plain wooden chair surface, frayed and slightly unraveling at both ends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난다. 연맹 직원의 목소리: "한 선수님, 입장 시간입니다."
들어가야 해.
오늘 훈련 잘 해.
사랑한다.
기자회견장 안에서 박수 소리가 들린다. 대기실은 텅 비어 있다. 의자 위에 검은 띠만 남았다.
형
나 형이랑 같이 매트 밟고 싶어서 시작한 거야
그것도 이유 맞지
들어가 잘하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