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오늘 세트리스트에서 〈회색 계절〉 앵콜로 밀면 어떰? 반응 진짜 좋을 것 같아서
오 나쁘지 않은데
...잠깐.
?
방금 팬한테 DM 받았어.
ㅇ 좋은 내용임?
그 팬이 SoundCloud에서 〈회색 계절〉 들었대.
오 진짜? 누가 올렸지
크레딧이 '작사 작곡 이민준'으로 올라와 있대.
응???
...
야 그게
야 그게가 뭐야 설명해봐
잠깐만 오해야 진짜로
민준아.
나 그 파일 2월 14일에 너한테만 보냈어.
카카오톡으로. 비공개 피드백 부탁한다고.
소율이한테도 안 보냈어.
나 처음 듣는 거야
아 그게 내 친구 상혁이가 내 계정으로—
친구가.
연습용으로 올린 거야 나도 진짜 몰랐어
연습용?? 남의 곡을??
야 데모잖아 완성된 곡도 아니고
...
지아는 2분 동안 답장하지 않는다.
지아야
괜찮아?
민준아... 그 파일 이름이 뭔지 알아? 내가 너한테 보낼 때 파일명이 '회색계절_지아_초안_240214'야. 내 이름이 들어가 있어. 친구가 실수로 올렸으면 그 파일명도 그대로였겠지. 근데 팬이 보내준 링크에는 'written and produced by 이민준'이라고 적혀 있대. 그게 실수로 그렇게 돼?
...
야 솔직히 말할게.
오 드디어
내가 네 멜로디에 코드 다시 짜고 편곡 손봤잖아. 그래서 그냥...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했어.
크레딧을 나 혼자로 올린 건 실수인데 내용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코드 바꾼 게 편곡이야.
멜로디 내 거야. 가사 내 거야. 주제 내 거야.
네가 한 건 기타 보이싱 두 마디 바꾼 거잖아.
맞아 나 연습 때 봤어 민준아 그거 완전 지아 곡이야
야 나도 억울한 게 있어서
뭐가 억울해??
잠깐만
아... 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그냥 솔직히 말할게. 나 그 데모 처음 들었을 때 진짜 좋았어. 근데 솔직히... 질투났어. 네 곡이 이렇게 좋은데 나는 왜 이런 거 못 쓰나 싶었고. 그냥 내 이름으로 한 번만 올려보고 싶었어, 반응이 어떤지. 그게 다야. 변명은 아닌데... 진짜 미안해.
...
지금 당장 내려.
ㅇㅇ
지금 이 대화 하는 동안 내려. 내가 확인할 거야.
내리고 있어.
5분 후
내렸어.
나 방금 링크 눌러봤는데 삭제됐어
지아야
...
고마워 소율아.
내가 뭘
지아야. 오늘 공연 어떻게 할 거야.
야 민준아 지금 그게 걱정이야
아니 내 걱정이 아니라 지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나 공연 해.
...진짜?
응. 근데 민준아.
〈회색 계절〉 세트리스트에서 빼.
...알겠어.
나 오늘 그 곡 혼자 어쿠스틱으로 할 거야.
내 이름으로.
💙💙💙
지아야 진짜 미안해.
[지아 읽음]
지아는 답장하지 않는다.
지아야 나 5시에 홍대입구역 앞에서 기다릴게. 같이 들어가자.
응. 갈게.
지아는 기타 케이스를 어깨에 메고 레더재킷 깃을 세웠다. 민준에게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노래가 먼저였다. 〈회색 계절〉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기 것이었고, 오늘 밤 무대 위에서 그 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나 보여!! 이쪽이야 😆
나도 보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