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자고 있어?
누나
미안한데 좀 일어나봐
...뭐야
무슨 일이야
방금 은행 알림 왔는데
내 이름으로 대출 신청이 됐대
내가 안 했거든
뭐?? 자세히 말해봐
어젯밤 11시 43분에 신청된 거야
5천만 원짜리
5천만원????????
잠깐만 정신 좀 차릴게
너 그 시간에 뭐 하고 있었어?
자고 있었어. 10시 반에 잠들었어
그럼 진짜 누가 한 거네
근데 그게...
신청에 쓰인 이메일이 내 학교 이메일이야
졸업하고 거의 안 쓰는 거
그 이메일 아는 사람이 있어?
재현이
재현이?
올해 초에 기숙사 입사 서류 같이 작성할 때 옆에서 봤을 거야
거기에 주민번호도 다 들어가 있었고
...
재현이 지금 거기 있어?
응 옆방에서 자고 있어
조심해. 절대 깨우지 마
알아
내 주민등록증이 없어졌어. 항상 여기 있었는데
......
진짜구나
민준아 지금 바로 해야 할 게 있어. 잘 들어
하나. 은행 앱 열어서 이의신청 넣어. 대출 신청 취소 요청이야
찾았어 지금 하는 중
둘. 정부24에서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
셋.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 앱에 피해 접수
순서 꼭 이대로 해
알겠어
민준은 이불 속에서 폰 화면 밝기를 최대한 낮추고 하나씩 따라한다. 옆방은 여전히 조용하다.
은행 이의신청 됐어
접수번호 저장해놨어
잘했어
신분증 신고는?
하는 중
됐다
경찰 접수도 해
응
있잖아 누나
재현이한테 직접 물어봐야 하나
지금은 절대 하지 마
지금 따지면 걔가 폰이랑 이메일 증거 지울 수 있어
경찰 접수 먼저야
알겠어
근데 솔직히 아직도 믿기 싫어
1년 반 동안 같이 살았는데
그게 더 힘들겠다
경찰 신고 다 됐어?
응 방금 완료
수고했어
나 오늘 오후에 내려갈게
응? 아니야 괜찮아
괜찮지 않아
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봐줘야 해
그리고 혼자 두고 싶지 않아
누나...
밥은 먹었어?
새벽 6시야
ㅋㅋ 그렇긴 하네
재현이 일어날 때까지 평소처럼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게 제일 어려울 것 같은데
나도 알아. 그래도 지금은 네가 먼저 움직이는 게 유리해
응
누나 옆방에서 소리 나기 시작해
일어나는 것 같아?
응
침착하게. 숨 한 번 크게 쉬고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화장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나한테 "야 오늘 아침에 뭐 먹을까" 라고 했어
......
나는 "몰라" 라고만 했어
잘했어
진짜 잘했어
자꾸 웃고 있거든 걔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래
그게 제일 무서운 거야
응
지금 대전역
15분이면 돼
응 나갈게
누나
응?
고마워
당연한 거잖아
도착하면 밥 먼저. 그다음 차근차근 정리하자
응
있잖아 누나
왜
아까부터 재현이가 방에서 노래 틀어놓고 흥얼거리고 있어
이제 저 노래 들을 때마다 오늘 아침 생각날 것 같아
...
미안해 민준아
누나가 왜 미안해
그냥
새벽에 혼자 이런 거 발견했잖아
혼자는 아니었어
누나 있었잖아
ㅋㅋ
맞네
나가
응 지금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