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Η νύχτα που ο Κορεάτης λόγιος έκαψε τα βιβλία

1519년 기묘년 가을, 한양. 유성진은 마당에 서서 편지를 다시 읽었다. 짧은 편지였다. "내일 아침, 의금부가 온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수십 년 동안 모은 책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유성진의 눈은 한 권의 책에서 멈추었다. 두꺼운 표지에 먹물로 쓴 글씨가 있었다. 조광조 선생 문집 초고. 이 책은 유성진이 몇 년 동안 스승 곁에서 손으로 옮겨 쓴 것이었다.

조광조는 나라를 개혁하려 했다. 왕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를 꿈꿨다. 그러나 왕의 마음이 돌아섰고, 지금 그는 감옥에 있었다. 그의 제자들도 하나씩 잡혀가고 있었다. 유성진도 그 이름들 중에 있었다. 만약 의금부가 이 책을 찾는다면, 유성진만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도, 여섯 살 아들 유민도 위험해질 것이었다. 태워야 한다. 그는 먼저 편지들을 모았다. 스승과 주고받은 편지, 동료 선비들과 나눈 이야기들. 하나씩 불에 넣었다. 종이가 노란 빛이 되었다가 검은 재가 되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조광조의 책만큼은 손에서 놓아지지 않았다. 유성진은 책을 열었다. 첫 페이지에 스승의 글씨가 있었다. "백성이 하늘이다." 네 글자였다. 그러나 그 안에 스승의 모든 꿈이 들어 있었다. 이것을 태운다면, 이 지혜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었다. 어느 도서관에도, 어느 학자의 서재에도 남지 않을 것이었다. 유성진은 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불은 조금씩 꺼져가고 있었다. 그때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왜 연기 냄새가 나요?" 여섯 살 유민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작은 눈을 비비면서. 아이의 얼굴이 불빛에 빨갛게 보였다. "괜찮다. 어서 자거라." 유성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유성진은 오랫동안 아들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책을 불 위에 올려놓았다. 스승의 글씨가 불꽃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그는 눈을 감지 않고 바라보았다.

새벽이 되었다. 서재에는 재만 남았다. 유성진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었다. 그리고 기억에서 쓰기 시작했다. 스승의 말. 스승의 생각. 스승이 꿈꾼 나라의 모습. 손이 떨렸지만, 붓은 멈추지 않았다. 불은 책을 태울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것까지 태울 수는 없었다. 아침이 왔다. 의금부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서재를 꼼꼼히 뒤졌다. 빈 책장, 먼지, 그리고 재 한 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날 새벽에 쓰인 글들은 유성진의 아들에게,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에게 전해졌다. 몇 세대가 지난 후, 어느 학자가 그 글들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이 진짜 조광조의 글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생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