学长把我的论文署上了自己的名字

29岁的社会学硕士生李俊浩,在发现自己未发表的研究成果被实验室的学长署名发表在一家知名期刊后,他与最亲密朋友之间的一系列深夜短信,逐渐演变成一场数字化的对峙——奖学金、前途和学术截稿日期,都悬于一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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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서윤아

지금 학술지 사이트에서 이상한 거 봤어

논문 쓰는 중인데. 뭔데

《사회과학연구》 이번 최신호

최민재 선배 논문 제목이

"청년 세대의 수동적 과시 소비와 온라인 자아 연출 전략"

...?

그게 내 논문이야

잠깐

뭐?

내가 작년 10월에 선배한테 초고 보냈거든. 검토해달라고.

그 이후로 연락이 한 번도 없었어. 6개월 동안.

그리고 오늘 학술지에서 봤어.

내 이름은 없고.

...

야 준호야

확실한 거지?

1절 3문단. 거기 내가 만든 개념이 있어. '수동적 과시'를 정의하는 방식인데 내가 직접 프레임 잡은 거야. 아무도 그렇게 쓴 사람 없어.

그리고 2절 인터뷰 코딩 체계. 변수 이름까지 내 초고랑 완전히 똑같아.

'의도적 비과시', '수동적 노출', '수치화된 인정 욕구'

이거 내가 만든 용어야

ㅅㅂ

응

진짜로?

응. 진짜로.

그 선배... 지금 뭔 짓을 한 거야

모르겠어

믿기지가 않아서

계속 다시 읽고 있어

증거 있어? 파일이나 이메일

드라이브에 초고 있고, 선배한테 보낸 이메일도 있어. 날짜 다 찍혀 있고.

지금 백업하고 있어

책상 위에 놓인 외장 하드드라이브

클라우드에도 올리고 있어

잘했다 그건

근데 준호야

응

선배한테 연락 왔어? 논문 나왔다고

아니. 아무것도.

6개월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냥 냈어.

그거 더 섬뜩하다

나도 그 생각 했어. 실수나 착각이 아니라는 거잖아.

맞아. 실수면 먼저 얘기했겠지.

서윤아 근데

이거 신고하면 나 어떻게 되는 거야

솔직히 말해?

응

증거가 분명하면 네가 이길 수 있어. 근데 지도교수님이 선배 편 들면 한 학기는 진짜 개힘들 수 있어.

그게 문제야. 내 장학금 갱신이 이번 학기 심사 중이거든.

선배가 지도교수님이랑 너무 친해.

아...

그냥 넘어가야 할 수도 있나 싶다가도

그러면 더 미칠 것 같아

넘어가긴요.

그 논문 인쇄본 나오면 그냥 선배 업적으로 굳어지는 거잖아. 영원히.

알아...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잠을 못 자는 거잖아

인쇄 마감 언제야

이번 주 금요일.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사흘 남았어.

사흘.

오케이. 저널 편집부에 먼저 연락하는 거야. 학과 신고 전에.

편집부?

응. 저작권 문제 제보하면 인쇄 보류 걸 수 있어. 학술지는 표절 의혹 들어오면 절차상 홀드해야 해.

그러면 선배는

선배는 그때 가서 해명하면 되지.

지도교수님은

일단 편집부 답장 받은 다음에 같이 생각하자.

알겠어.

...서윤아

이 카톡방에 선배 추가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왜?

직접 묻고 싶어서. 기록 남기게.

대면하면 내가 흔들릴 것 같거든. 근데 문자는 다르잖아.

선배가 뭐라고 하든 여기 다 남으니까.

야 그거 스마트한 생각인데

근데 그냥 씹으면?

씹어도 기록은 남잖아.

...그렇네.

해.

응.

이준호는 몇 초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최민재를 채팅방에 초대했다.

선배, 안 주무시면 잠깐만요.

읽음 표시가 뜨는 데 4분이 걸렸다.

어 준호야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사회과학연구》 이번 호 보셨죠?

응, 거기 내 논문 실렸지 😊 왜, 봤어?

네. 읽었어요.

선배.

1절 3문단 '수동적 과시' 개념 프레이밍이랑, 2절 인터뷰 코딩 카테고리요.

제가 작년 10월 14일에 선배 이메일로 보낸 초고에 다 있는 내용이에요.

...

준호야, 무슨 말 하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파일명이 "수동적_과시_소비_초고_v3.docx"예요. 그때 선배한테 검토 부탁드렸고요.

코딩 카테고리 이름까지 제 초고랑 동일해요.

그건 내가 그 자료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거야. 네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서 내 연구로 이어간 건데. 학문이 원래 그렇게 발전하는 거 아닌가

선배님

어, 서윤이도 있었네

네 안녕하세요 😊

"영감을 받아서"가 코딩 변수 이름까지 그대로 나오진 않잖아요.

서윤아, 이건 연구자들 사이에서 학문적 영향 관계라는 게 있어. 그 복잡성을 이해하기엔

복잡한 거 없어요.

저자 표시 없이 다른 사람 초고에서 핵심 개념 그대로 쓰면 표절이에요.

표절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가볍게 써도 되나

선배.

이메일 발송 기록이랑 드라이브 파일 수정 날짜 다 있어요.

초고 작성일이 2023년 10월 14일이고, 선배한테 발송된 기록도 있어요.

저널 인쇄 마감이 이번 금요일인 거 알고요.

편집부에 연락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요.

최민재는 3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읽음 표시는 켜진 채로.

...

준호야.

솔직히 말할게.

그 초고 보고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내가 선을 넘었어.

근데 이미 제출된 거야. 지금 인쇄 멈추면 나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 논문으로 연구재단 과제 신청해놨어. 이게 문제 되면 학과 전체에 영향이 가.

그게 지금 핵심이에요?

서윤아, 나 망하는 거야 그러면

선배.

저도 무서워요. 장학금 심사 중인 거 아시잖아요.

근데 그게 이걸 넘어가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

준호야 잠깐만. 공동저자로 네 이름 넣어달라고 편집부에 요청할게. 지금이라도. 그러면 되잖아.

와.

지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서로한테 좋은 방향을 찾자는 거잖아

공동저자요.

제가 단독으로 쓴 논문에.

...

선배, 저 편집부에 연락할게요.

야 준호야 잠깐

이러면 지도교수님한테도 다 알려지는 거야. 네 앞길도

선배가 먼저 선을 넘으셨잖아요.

저 알아요. 이러면 저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거.

그래도 제가 1년 반 동안 쓴 논문이에요.

최민재의 메시지 이후로 읽음 표시만 켜진 채 아무 답장이 없었다.

야 준호야

응

방금 한 거 잘한 거야.

어떻게 될지 진짜 모르겠어.

그래도 기록 남았어. 선배가 "선을 넘었다"고 인정했잖아.

응. 캡처해놨어.

😮

역시

편집부 이메일 지금 쓸게. 같이 봐줄 수 있어?

당연하지. 써봐.

서윤아, 잠깐... 이메일 초안 쓰다가 손이 좀 떨려서. 그냥 그거 알아줬으면 해서. 무섭긴 한데, 그래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어, 고마워. 진짜로.

떨려도 돼.

오늘 진짜 용감했어.

용감한 건지 그냥 무모한 건지

둘 다일 수 있지.

그래도 해야 할 건 한 거잖아.

응.

이메일 다 썼어. 보낼게.

보내.

보냈다.

오케이.

이제 자.

잠이 올지 모르겠지만.

몰라. 근데 해야 할 건 했잖아.

맞아.

...서윤아

왜

고마워.

에이 뭘.

야 근데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만

응?

그 선배 논문에 '수동적 과시' 개념 있잖아

응

오늘 밤 그 선배가 딱 그짓 한 거 아니야

자기 것도 아닌 걸 자기 것처럼 드러내려고 한

ㅋㅋㅋㅋㅋ

야 이 상황에 그게 웃겨

ㅋㅋㅋㅋ 어쩔 수 없잖아

ㅋㅋ 진짜 그렇네

자야겠다. 내일 보자.

응 잘 자.

편집부 답장 오면 바로 알려줘.

응.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