传统摔跤末代选手的短信

当地区最后一个摔跤联盟被联合会的一则通知悄然解散时,38岁的摔跤手朴道允无法鼓起勇气联系他年迈的教练,便给他仅剩的队友发了短信,直到一段尘封的往事迫使他们两人在自我保护和为养育他们的这项运动而奋斗之间做出选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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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윤은 샤워도 하지 않은 채 훈련복 바람으로 탈의실 구석에 앉아 있다. 연맹에서 온 공문을 벌써 세 번 읽었다.

재민아. 나 공문 받았어. 연맹에서.

형? 무슨 공문이요

충청권 씨름 리그... 이번 시즌 끝나고 해체 예정이래.

네?

해체요? 리그 자체가요??

응.

ㅋㅋㅋㅋㅋ 아니

ㅋㅋ 아니 이게 진짜예요?? 형 지금 장난치는 거죠?

장난 아냐.

...

예산이요?

어. 충청도청 지원금이 끊기고 타이틀 스폰서도 계약 안 한다고.

씨... 그럼 우리는요

형 우리 어떻게 되는 거예요

리그가 없으면 선수도 없는 거지.

...

형은 언제 받았어요 공문

오늘 오후 두 시.

그럼 2시간 동안 혼자 알고 있었어요???

어.

형 왜 바로 전화 안 했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관장님은요. 관장님도 아세요?

아직.

형.

알아. 말씀 드려야지.

근데 관장님이 이걸 들으시면... 뭔가 더 무너지실 것 같아서.

...

저 지금 손이 진짜 떨려요.

나도.

20분 후

형. 이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잖아요.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sns에 올리든 기자한테 알리든

씨름이 국기잖아요. 이게 말이 돼요, 이게?

...생각해봤어.

생각해봤으면 뭔가 결론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수진 씨한테 연락해볼까 싶어.

기자 수진 씨요? 작년에 우리 취재한?

응. 씨름 쪽 사정 제일 잘 아는 기자잖아. 일단 같이 얘기해보자.

오케이. 형이 결정하면 저도 따를게요.

박도윤이 채팅방에 김수진을 추가한다.

도윤 선수님? 오랜만이에요, 갑자기 어쩐 일이에요?

수진 기자님 안녕하세요 이재민입니다

재민 선수님도! 두 분이 같이 연락을 다 하시네요.

네, 사실 오늘 연맹 공문을 받아서요.

충청권 씨름 리그가 이번 시즌 종료 후 해체된다고 합니다.

...네?

잠깐만요.

공식 문서로요?

예.

아.

아...

기자님도 놀라시죠.

작년에 취재할 때부터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두 분 지금 어떠세요?

솔직히 안 괜찮아요. 기자님, 이거 기사 쓸 수 있어요? 여론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쓸 수 있어요.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 전에 두 분이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하셔야 해요. 기사는 그 다음 문제예요.

맞아요.

형은요? 이제 솔직하게 얘기해봐요.

...사실 나 한 가지 더 있어.

뭐요?

지난달에 서울 중학교에서 연락이 왔어. 씨름 방과후 강사 자리.

...아.

형 그거 받을 거예요?

아직 답 안 했어.

근데 그게 지금 이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공개적으로 싸우면 연맹이랑 척 지는 거잖아. 그 학교는 연맹 추천으로 연락 온 거거든.

...

아.

아, 그래서 형이 "생각 중"이었던 거예요.

미안. 처음부터 말했어야 했는데.

도윤 선수님.

예.

38살에 다음 길을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이해해요.

근데 지금 저한테 이 얘기를 꺼낸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계시죠?

...알아요.

형.

형이 그 자리 포기하면서까지 싸워야 한다는 말은 안 할게요.

근데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몰랐거든요, 형한테 그런 선택지가 있는 줄.

재민아.

네.

형이 서울 가면 관장님은 어떻게 돼.

...

그게 제일 무서워.

경기장 모래판이에요. 지금 여기 서 있어요.

여기서 26년을 뒹굴었는데.

열두 살 때 관장님이 처음 데려온 날. 11월이었어. 모래가 얼마나 차갑던지.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관장님은 계속 "다시"라고만 하셨어.

26년 내내 "다시"였어.

근데 이번엔 "다시"가 없는 거잖아.

형. 저 지금 갈게요. 거기 같이 있을게요.

안 와도 돼.

아니 진짜 갈 거예요.

재민아.

나 이의 신청 할게.

형!!

서울 자리는... 나중에 생각하자.

형 진짜요??

응.

도윤 선수님. 이의 신청 하시면 제가 기사 쓸게요. 전국판으로. 혼자 싸우는 거 아니에요.

고마워요, 수진 씨.

근데 그 전에 제가 먼저 해야 할 게 있어요.

관장님이요?

응.

저도 같이 전화할게요, 형.

아니. 이건 내가 해야 해.

26년 전에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분이잖아.

수진 씨, 재민아... 고마워. 둘 다. 사실 오늘 공문 받고 나서 제일 무서웠던 게 이거거든. 이걸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게. 씨름판이 좁아질수록 주변이 다 없어지니까... 뭐, 어. 근데 너희가 있어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이의 신청이 안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근데 그냥 모래판에 혼자 쓰러지는 것보다는... 같이 나가 떨어지는 게 낫잖아.

❤️

형 ㅠㅠ 아 진짜

기다릴게요.

관장님한테 전화 드렸어.

뭐라고 하셨어요?

한참 아무 말씀 안 하셨어.

그러더니 한 마디 하셨어.

뭐라고요?

"다시."

ㅠㅠㅠㅠㅠ 형

저 지금 훈련복 입고 울고 있어요

저도요. (기자 맞나...)

ㅋ

오랜만이다, 이 느낌.

무슨 느낌이요?

질 것 같은데 나가는 느낌.

씨름이 원래 그런 거잖아.